이미 쓴 돈이 아까워 계속하게 되는 이유, 경제에서 매몰타비용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예매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났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집에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미 표값을 냈는데 끝까지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상황은 일상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오랫동안 읽은 책이라서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거나,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이미 결제했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이처럼 이미 지출했고 현재의 선택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합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나간 비용이다

매몰비용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영화표를 환불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더라도 표값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중간에 극장을 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현재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지불한 영화표 가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 현재의 판단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나에게 더 가치 있는가입니다.

영화를 계속 보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다면 남아 있어도 됩니다.

반대로 집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면 나가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핵심은 과거에 얼마를 지출했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돈뿐 아니라 시간도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매몰비용이라고 하면 돈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이미 사용한 시간과 노력도 비슷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책을 300쪽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그만두기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남은 부분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끝까지 읽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남은 내용을 읽는 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계속 읽을 이유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오직 이미 300쪽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한다면 과거에 사용한 시간이 현재의 선택을 붙잡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읽은 300쪽은 책을 덮어도 돌아오지 않고 끝까지 읽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현재 선택에서 비교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이 책에 사용할 가치와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의 가치입니다.

무료로 시작한 일은 포기하기가 더 쉬운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무료로 설치한 앱과 비싼 비용을 지불해 구입한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둘 다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비싼 프로그램을 삭제하거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더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돈을 냈으니 어떻게든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이미 환불할 수 없는 구매비용은 현재 사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미 많은 돈이나 시간을 투입한 대상일수록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매몰비용 오류 또는 매몰비용 효과와 연결해서 설명합니다.

기업의 사업에서도 매몰비용 문제가 나타난다

매몰비용은 개인의 소비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과 연결됩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기간 비용을 투자한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충분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때 '이미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으니 무조건 끝까지 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개발비와 앞으로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입니다.

물론 실제 기업의 프로젝트에는 계약이나 기술 확보, 조직 운영처럼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어 단순하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투자 규모와 미래의 경제성을 구분하는 사고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은 어떻게 다를까?

두 개념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혼동하기 쉽습니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 때문에 포기하는 다른 대안의 가치입니다.

반면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어 현재 선택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비용입니다.

주말에 이미 환불할 수 없는 공연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공연표 가격은 매몰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연을 보러 가느라 포기하게 되는 휴식이나 다른 활동은 기회비용과 연결됩니다.

현재의 선택을 생각할 때는 이미 돌려받을 수 없는 공연표 가격보다 앞으로 몇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두 개념을 구분하기 쉬워집니다.

매몰비용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

개념 자체는 간단합니다.

이미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이라면 앞으로의 판단에서 분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사용한 돈과 시간을 손실로 인정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노력한 일을 중단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의미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까지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한 시도에서 얻은 기술이나 정보가 다음 선택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비용을 인정하는 것과 과거의 경험을 가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계속할 이유와 그만둘 이유를 현재 시점에서 다시 보는 방법

매몰비용의 영향을 줄이려면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투자했는가?'만 묻는 대신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 처음 이 상황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부터 다시 선택할까?'

예를 들어 몇 달째 사용하지 않는 유료 서비스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미 낸 지난달 이용료가 아까운지를 생각하기보다 다음 달에도 현재 가격을 내고 사용할 만큼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진행 중인 취미나 개인 프로젝트도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사용한 시간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시간을 더 사용할 가치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과거와 미래의 비용을 조금 더 명확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중단하는 선택도 경제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꾸준함은 실제로 중요한 가치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운동 습관을 만드는 일처럼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활동은 일정 기간 지속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몰비용이라는 개념이 '조금 힘들면 바로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얻을 가치가 충분해서 계속하는 것과 이미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계속하는 것은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때로는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사고는 무조건 포기하거나 무조건 버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의 비용과 결과를 다시 비교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미 사용한 돈과 시간은 우리의 선택에 강한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과거의 지출을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 결정해야 할 것은 남아 있는 자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매몰비용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거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선택과 앞으로의 선택을 구분해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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