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는데 막상 예상했던 방향으로 일이 끝나면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 같았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면 처음부터 그 제품이 가장 좋아 보였던 것처럼 기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구매하기 전 상황을 떠올려 보면 다른 제품과 상당히 오래 고민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를 알기 전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었는데 결과가 나온 뒤에는 정답이 처음부터 보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뒤 그 결과가 처음부터 예상하기 쉬웠거나 당연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흔히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결과를 알기 전과 알고 난 뒤에는 보이는 정보가 다르다
축구 경기의 승자를 미리 예상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경기 전에는 양쪽 팀 모두 이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경기력과 선수 구성 등을 살펴봐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 한 팀이 크게 승리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최근 경기력이 좋았으니 당연히 이 팀이 이길 만했지."
"상대 팀은 원래 이런 부분이 약했잖아."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설명들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승패에 영향을 준 요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전에 존재했던 반대 가능성이 결과를 알고 난 뒤에는 훨씬 작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불확실했던 정보가 결과 이후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저도 기록을 확인하면 '원래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을 체감하기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과거 기록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저도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예상했던 내용을 간단하게 적어두었다가 결과가 나온 뒤 다시 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를 본 직후에는 "대충 예상했던 결과네"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에는 다른 가능성도 꽤 중요하게 적어놓은 것입니다.
특히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민했던 상황에서는 이런 차이가 잘 보입니다.
기억만으로 과거를 떠올리면 현재 알고 있는 결과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습니다.
반면 당시 작성한 메모에는 결과를 알기 전의 생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판단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과뿐 아니라 결정하기 전 무엇을 예상했는지를 간단하게 남겨두는 것이 유용합니다.
잘된 선택은 처음부터 쉬운 선택이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위치가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에 경쟁 매장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제품은 괜찮아 보여도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방문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몇 년 뒤 그 가게가 크게 성장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제 과거를 돌아보면 성공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위치, 독특한 제품, 친절한 서비스 같은 요소입니다.
그러다 보면 "저 정도 조건이면 성공할 수밖에 없었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열었던 시점에는 같은 장점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한 가게가 존재했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성공으로 연결되는 특징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실패한 결과도 처음부터 뻔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면 이후에는 실패 이유가 매우 명확해 보일 수 있습니다.
"가격이 너무 높았어."
"기능이 복잡했으니 사람들이 안 쓸 만했지."
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같은 특징을 장점으로 평가한 사람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높은 대신 품질이 좋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다양한 기능이 경쟁력이라고 예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알고 난 뒤에는 실패와 연결되는 정보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불확실했던 결정을 결과만 가지고 평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과 과잉확신은 어떻게 다를까?
앞에서 살펴본 과잉확신과 사후확신편향은 모두 자신의 판단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하지만 발생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과잉확신은 결정을 내리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지식이나 판단 정확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은 결과가 나온 다음 과거의 예측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전에 "나는 무조건 어느 팀이 이길지 알고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과잉확신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봐, 처음부터 이 팀이 이길 줄 알았어"라고 느낀다면 사후확신편향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두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의 예측이 정확했다고 기억하면 다음번 판단에서도 자신감이 실제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결과가 항상 좋은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는 이 부분이 사후확신편향을 이해할 때 특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결과가 좋으면 당시 선택도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판단 과정과 결과는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닙니다.
주말에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를 확인했지만 귀찮아서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운 좋게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결과만 보면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선택이 맞았습니다.
그렇다고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를 무시한 과정까지 좋은 판단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선택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해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택을 평가할 때는 결과뿐 아니라 그 순간 이용할 수 있었던 정보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실수를 복기할 때도 사후확신편향이 방해가 될 수 있다
실수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결과를 알고 난 뒤 "이건 당연히 예상했어야 하는 문제였다"고만 생각하면 실제 원인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에 늦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결과를 알고 난 뒤에는 "금요일 저녁이니까 당연히 막힐 줄 알았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같은 시간대에는 큰 정체가 없었고 그날 우연히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매번 금요일마다 비슷한 정체가 반복되는데도 계속 같은 이동시간을 예상했다면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상황을 구분하려면 결과를 보고 난 뒤의 느낌보다 당시 알 수 있었던 정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번에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측을 숫자로 남겨두면 기억과 비교하기 쉬워진다
"잘될 것 같다"는 예상은 결과가 나온 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잘되어야 예상이 맞은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판단해야 하는 일에서는 예상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남기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저도 작업 시간을 예상할 때 단순히 "오늘 안에는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두 시간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적어두면 나중에 비교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실제로 네 시간이 걸렸다면 예상과 현실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왜 두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이 쌓이면 기억 속의 "대충 맞았다"보다 자신의 실제 예상 정확도를 확인하기 쉬워집니다.
성공 사례를 볼 때는 당시의 불확실성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성공 과정을 읽으면 현재 결과를 기준으로 과거의 선택이 하나의 완벽한 경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A를 선택했고 그다음 B를 했으며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선택을 했던 당시에는 다른 결과도 충분히 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성공 사례를 읽을 때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정답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당시에는 어떤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를 함께 생각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결과를 아는 사람의 시선과 결과를 모르고 선택해야 했던 사람의 시선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고 느껴질 때 당시의 나에게 다시 질문해 볼 수 있다
결과가 나온 뒤 모든 것이 명확해 보인다면 간단한 질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보기 전에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면 정말 이 결과를 확신해서 말했을까?"
확실하게 예상했다면 당시 메모나 행동에도 어느 정도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었다면 결과가 나온 뒤의 확신은 현재의 정보가 과거 기억에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질문은 과거의 자신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무엇을 알 수 있었고 무엇을 알 수 없었는지를 구분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결과보다 판단 과정을 돌아보면 경험이 더 유용해진다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예상했고 실제로 무엇이 달랐는지를 비교할 수 있을 때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일이 예상대로 끝났을 때는 자연스럽게 제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끔 처음 작성했던 계획이나 메모를 다시 보면 당시에는 생각보다 확신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다음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됩니다.
사후확신편향을 이해한다고 해서 과거의 판단을 믿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알고 있는 결과를 과거의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처럼 바꾸어 기억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가 뻔해 보일 때일수록 당시에는 어떤 불확실성이 있었는지를 함께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성공에서는 실제로 잘했던 판단을 찾고, 실패에서는 다음에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