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여러 제품을 만드는 이유,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란 무엇일까?


동네에서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식빵만 판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밀가루와 오븐을 활용해 쿠키와 스콘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매장과 계산대, 포장 공간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추가했지만 모든 시설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과 경험을 여러 제품에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에서는 이와 관련된 개념을 범위의 경제라고 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규모의 경제가 같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면서 얻는 효율과 관련된다면, 범위의 경제는 서로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때 생길 수 있는 효율에 초점을 맞춥니다.

범위의 경제는 기존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마다 별도의 건물과 장비, 물류망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면 제품 종류를 늘리는 데 상당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나의 자원을 여러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커리는 같은 주방에서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송업체는 이미 구축한 물류망을 이용해 서로 다른 종류의 상품을 운송합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상품 판매에 활용합니다.

이처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각각의 제품을 완전히 별도로 운영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경우가 생깁니다.

핵심은 단순히 제품 종류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무엇이 다를까?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이름이 비슷해 처음에는 헷갈리기 쉽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공장에서 같은 종류의 컵을 1만 개 만들던 것을 10만 개로 늘리면서 컵 하나당 평균 생산비가 낮아진다면 규모의 경제와 관련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그 공장이 기존의 설비와 유통망을 활용해 컵뿐 아니라 접시와 그릇까지 함께 생산하면서 효율을 얻는다면 범위의 경제에 더 가깝습니다.

즉, 규모의 경제는 같은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에 초점을 두고 범위의 경제는 여러 종류를 함께 만드는 것이 어떤 이점을 주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두 현상이 한 기업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제품을 생산하면서 각각의 생산량까지 많다면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함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망은 여러 제품이 공유하기 좋은 자원이다

범위의 경제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가 유통입니다.

전국 여러 지역에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라면 하나의 상품만 배송하기보다 여러 상품을 같은 물류망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마트도 비슷합니다.

매장과 계산 시스템, 재고 관리 체계를 마련한 뒤 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문구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 장소에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생깁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 번 구축한 검색과 주문, 결제 시스템을 여러 상품군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와 고객 관계도 함께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은 공장이나 기계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기존 고객과의 관계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기업의 새로운 제품과 이미 여러 번 사용해 본 기업의 새로운 제품을 접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 제품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새로운 제품에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알리는 것보다 이미 알려진 이름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기존 브랜드와 전혀 관련 없는 제품까지 무리하게 확장한다면 오히려 소비자가 브랜드의 특징을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확장이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식과 기술도 여러 분야에서 재사용할 수 있다

한 번 축적한 기술은 하나의 제품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기술을 연구하면서 얻은 이미지 처리 경험이 다른 영상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 관리 기술도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 내부의 디자인 경험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 역시 여러 사업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무형의 자산은 사용한다고 바로 사라지는 자원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쌓은 지식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경제에서는 공장이나 장비뿐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 조직의 경험도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범위의 경제를 알게 되면 제품 종류가 많을수록 좋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메뉴가 다섯 개였던 식당이 갑자기 100개의 메뉴를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필요한 식재료가 늘어나고 재고 관리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직원은 훨씬 많은 조리법을 익혀야 하고 주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업 분야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각 분야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조직과 시간이 필요하고 회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즉, 자원을 공유해서 얻는 이점보다 복잡성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서로 연결되는 제품을 찾는 것이다

효율적인 범위 확장은 아무 제품이나 추가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베이커리가 기존 오븐과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종류의 빵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연결점을 찾기 쉽습니다.

반면 갑자기 전혀 다른 생산 설비와 전문성이 필요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기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전에 기존 기술과 생산 시설, 유통망, 고객 관계를 얼마나 함께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런 연결점이 많을수록 범위의 경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범위의 경제를 알면 기업의 확장이 다르게 보인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사업을 크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보유한 자원을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하려는 경제적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통된 생산 설비를 사용하고 하나의 물류망으로 여러 제품을 배송하며 기존 기술을 새로운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원리라면 범위의 경제는 서로 다른 일을 연결하면서 효율을 얻는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확장이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제품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관리가 복잡해지고 오히려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느냐가 아닙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과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범위의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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