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큰 시장이 필요한 이유, 경제에서 임계규모란 무엇일까?


새로운 동네 중고거래 앱이 등장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앱의 디자인은 깔끔하고 물건을 등록하는 과정도 간단합니다. 기존 서비스보다 편리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앱을 열어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 등록된 물건이 다섯 개뿐입니다.

한두 번 둘러본 사람은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앱을 닫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매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판매자도 굳이 상품을 등록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많은 사람이 모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판매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구매자가 방문할 이유가 생기고, 구매자가 늘어나면서 판매자도 물건을 올릴 이유가 커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참여자가 다시 새로운 참여자를 불러오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서비스나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일정 수준의 참여자나 활동 규모를 설명할 때 임계규모(Critical Mass)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한 명 늘어나는 것 이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모든 서비스가 많은 이용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용 계산기 앱은 다른 사람이 몇 명 사용하는지와 관계없이 나 혼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모 프로그램도 기본적인 기능만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메신저에 가입했는데 연락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구매자만 많고 판매자가 없다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게시물을 작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방문자가 오래 머물 이유가 적습니다.

이런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어느 정도 모여야 서비스의 본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참여자 한 명의 증가는 단순히 숫자 1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임계규모는 네트워크 효과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앞에서 살펴본 네트워크 효과를 떠올리면 임계규모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다른 이용자가 느끼는 가치도 커질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는 처음부터 충분한 이용자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이 적어서 서비스의 가치가 낮고, 가치가 낮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이용자가 모이면 서비스가 실제로 쓸 만해지고, 그 가치 때문에 새로운 이용자가 들어오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계규모는 이러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일정 수준의 규모를 이해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서비스에 '정확히 이용자 1만 명부터 성공한다'와 같은 고정된 숫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의 성격과 이용 방식에 따라 필요한 규모가 달라집니다.

전체 이용자 수보다 어디에 모여 있는지가 중요할 수도 있다

중고거래 서비스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전국에 이용자가 10만 명 있다고 해도 각 지역에 몇 명씩 흩어져 있다면 실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고 물건은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충분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온라인으로 전국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지역별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를 위한 작은 커뮤니티 역시 전체 회원 수는 많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충분히 모여 있다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계규모를 단순히 전체 가입자 숫자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이 실제로 서로 연결될 수 있을 만큼 모여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필요한 시장은 더 어렵다

온라인 장터나 예약 플랫폼처럼 서로 다른 두 집단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초기에 독특한 문제가 생깁니다.

판매자가 많아지려면 구매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구매자가 들어오려면 먼저 충분한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숙박 예약 서비스를 예로 들면 등록된 숙소가 거의 없는 플랫폼에는 여행자가 방문할 이유가 적습니다.

여행자가 없으면 숙박업체 역시 그 플랫폼에 시간을 들여 숙소를 등록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양쪽이 서로 상대방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두 집단을 동시에 확보하거나 어느 한쪽을 먼저 충분히 모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임계규모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과정이 특히 어려운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시장을 노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처음부터 전국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작하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넓은 지역에 흩어지면 각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서비스는 처음에 특정 지역이나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모든 취미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대신 특정 취미 하나에 관심 있는 사람부터 모을 수 있습니다.

지역 기반 서비스라면 몇 개 지역에서 먼저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시장에서 밀도를 높인 다음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업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서비스가 실제로 유용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무료 이용이나 초기 혜택이 등장하는 이유

새로운 플랫폼에서 초기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무료 이용 기간이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이용료를 받는 것보다 먼저 충분한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많아져야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는 구조라면 초기에는 참여 장벽을 낮출 이유가 있습니다.

판매자에게 일정 기간 등록 비용을 받지 않거나 새로운 이용자가 서비스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혜택만으로 모인 이용자가 혜택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서비스 자체에서 충분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인센티브가 사라진 뒤 이용자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인센티브와 네트워크 효과가 여기서 다시 연결됩니다.

가입자 수와 실제 활동 인구는 다르게 봐야 한다

어떤 서비스가 회원 100만 명을 확보했다고 하면 상당히 큰 규모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극히 적다면 네트워크의 체감 가치는 기대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 앱에 회원이 많아도 최근에 올라오는 상품이 거의 없다면 이용자는 활발한 시장이라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커뮤니티도 가입자 수보다 새로운 게시물과 댓글이 얼마나 꾸준히 올라오는지가 실제 이용 경험에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계규모를 생각할 때는 단순한 가입자 숫자와 실제 활동하는 참여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에 따라서는 이용자 수보다 거래 건수나 게시물 수처럼 실제 활동의 밀도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계규모에 도달했다고 계속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사용자가 모였다고 해서 서비스가 자동으로 계속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게시물이 너무 빠르게 올라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거래 플랫폼에서는 상품이 많아진 만큼 품질이 낮은 정보나 신뢰하기 어려운 판매자를 관리해야 할 필요도 커집니다.

서비스의 속도나 고객 지원이 이용자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계규모에 도달한 뒤에는 단순히 사람을 더 모으는 것에서 네트워크의 품질을 관리하는 문제로 과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색과 추천 기능을 개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작은 서비스라고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임계규모라는 개념을 이용자가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서비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지역 주민 몇백 명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라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주고받고 있다면 목적에 맞는 규모를 이미 확보했을 수 있습니다.

특정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서비스 역시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관련 없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기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의 밀도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장 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서비스가 약속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충분한 참여자와 활동이 존재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임계규모를 알면 플랫폼의 초반 경쟁이 다르게 보인다

새로운 플랫폼이 초기에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히 회원 숫자를 크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어떤 서비스는 사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들어올 이유가 생깁니다.

판매자가 있어야 구매자가 오고 구매자가 있어야 판매자가 다시 들어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읽는 사람이 방문하고, 읽는 사람이 있어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활동할 이유를 얻습니다.

이 선순환이 시작되기 전까지 새로운 서비스는 어려운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반대로 충분한 활동이 만들어지면 기존 참여자가 새로운 참여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참여자가 다시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임계규모의 핵심은 단순히 '몇 명을 모았는가'가 아니라 '서비스가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낼 만큼 충분한 연결이 형성되었는가'에 있습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면 새로운 메신저나 커뮤니티, 중고거래 서비스와 각종 플랫폼이 왜 초기에 특정 지역이나 이용자 집단에 집중하고,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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