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는 것이 유리해도 그대로 두는 이유, 행동경제학에서 현상유지 편향이란 무엇일까?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면 여러 설정이 기본 상태로 제공됩니다.

알림 방식이나 화면 설정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정 메뉴에 들어가 몇 번만 누르면 바꿀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매달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선택했던 요금제를 몇 년 동안 그대로 사용합니다. 현재 사용량을 살펴보면 더 저렴하거나 적합한 요금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변경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항상 새로운 선택지를 발견할 때마다 모든 조건을 처음부터 비교해서 가장 좋은 대안으로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도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상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기준이 된다

새로운 선택을 할 때는 여러 대안을 비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어떤 선택을 해놓은 상태라면 출발점이 다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매달 1만 원을 내는 음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8천 원짜리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처음 두 서비스를 동시에 접했다면 8천 원짜리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존 서비스에 가입한 상태라면 새로운 질문들이 생깁니다.

저장해 놓은 음악 목록을 옮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새 앱의 사용법도 익혀야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공유 기능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상태가 존재하는 순간 새로운 선택은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변경'이라는 행동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대로 두는 것도 사실 하나의 선택이다

현상유지 편향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선택이라고 쉽게 인식합니다.

반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결과를 놓고 보면 유지 역시 선택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으면 다음 달 이용료를 다시 지불하게 됩니다.

현재의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과 가격을 계속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변경할 것인가?'만 묻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처음 선택한다면 현재 상태를 다시 선택할 것인가?'라고 질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질문은 현재 상태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변경에는 실제 비용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편향은 아니다

오랫동안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고 모두 현상유지 편향에 빠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변경에는 실제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전환비용이 대표적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고 기존 데이터를 옮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판매자의 품질과 신뢰도를 알아보는 탐색비용도 발생합니다.

현재 서비스가 충분히 만족스럽고 다른 서비스로 옮겨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현상유지 편향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은 실제 변경비용을 고려한 결과인지, 아니면 현재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비교 자체를 하지 않는지입니다.

두 상황은 겉으로는 똑같이 '그대로 사용한다'는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손실회피는 현재 상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손실회피와 현상유지 편향은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서비스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변경을 고민하면 새로운 서비스에서 얻을 장점보다 기존 서비스에서 사라질 기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업무 프로그램이 더 빠르고 저렴하더라도 현재 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기능 하나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얻는 것은 이익이지만 기존 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손실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선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적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기본값은 현상유지와 만나 강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웹사이트나 앱에 가입할 때 여러 설정이 이미 선택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직접 변경할 수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기본 설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행동경제학에서는 기본값 효과와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기본값이 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별도의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른 옵션을 선택하려면 내용을 읽고 차이를 판단한 다음 설정을 변경해야 합니다.

기본값을 유지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각 선택지의 차이가 크지 않거나 내용이 복잡할수록 현재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 갱신이나 알림 설정처럼 이후에도 영향을 주는 항목에서는 처음 제공된 기본값이 자신의 필요와 맞는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 갱신 서비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사용해 보려고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음 달 이용료가 결제됩니다.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러워 계속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몇 달 동안 결제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지 버튼을 누르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더라도 서비스가 생활 속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면 결정을 계속 미룰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동 갱신이라는 기본 상태와 현상유지가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정기적으로 결제되는 서비스를 정리할 때 '최근 한 달 동안 몇 번 사용했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막연히 나중에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사용 기록을 기준으로 보면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도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힘이 생긴다

현상유지 편향은 개인 소비에만 나타나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기존 업무 방식을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한 보고서 양식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작성법을 알고 있고 관리자는 익숙한 위치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습니다.

새로운 양식이 더 간단하다는 제안이 나와도 당장 기존 방식을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양식을 변경하면 직원에게 새로운 방법을 알려야 하고 과거 자료와 비교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항목까지 단순히 예전부터 있었다는 이유로 계속 작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기존 방식의 장점과 함께 현재도 그 방식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남아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로의존성과 현상유지 편향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경로의존성 역시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 개념이 바라보는 중심은 다릅니다.

경로의존성은 과거의 선택 위에 기술과 제도, 경험과 연결 관계가 쌓이면서 현재의 선택 조건 자체가 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합니다.

현상유지 편향은 현재 상태를 변경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의 판단 경향에 더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프로그램과 연결된 수많은 시스템 때문에 교체비용이 매우 크다면 경로의존성과 전환비용의 설명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변경비용이 거의 없는데도 현재 사용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선택지를 전혀 살펴보지 않는다면 현상유지 편향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두 요인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기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선택하기'를 해보면 도움이 된다

현상유지 편향을 줄이기 위해 매일 모든 선택을 다시 검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탐색비용만 커질 수 있습니다.

대신 반복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거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선택을 일정한 주기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나 업무 도구처럼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 항목이 대표적입니다.

이때 단순히 "해지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묻는 것보다 질문을 반대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오늘 처음 이 서비스를 발견했다면 현재 가격에 새로 가입할까?"

대답이 그렇다면 유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 가입할 생각은 없는데 단순히 이미 사용 중이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다면 다른 선택지를 살펴볼 이유가 생깁니다.

변화가 항상 좋은 것도, 유지가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니다

새로운 것을 선택한다고 반드시 더 좋은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시스템은 이미 사용법을 알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파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잘 작동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구독료가 계속 빠져나갈 수 있고 비효율적인 업무 절차에 매달 시간이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 바꾸거나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상태도 다른 대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선택지로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현상유지 편향을 이해하면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이유와 "현재도 이것이 가장 적합하니까"라는 이유를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내린 선택을 계속 유지하는 데에도 현재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익숙함 자체가 판단의 유일한 기준이 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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