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것을 고르게 되는 이유, 행동경제학에서 타협 효과란 무엇일까?




온라인에서 물건을 비교할 때 저는 선택지가 세 가지로 정리되면 가운데 제품이 유난히 편안해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제품을 보면 기능이 부족할 것 같고, 가장 비싼 제품은 제게 필요 이상으로 좋아 보입니다. 그러다 가운데 제품을 보면 가격도 지나치게 높지 않고 필요한 기능도 적당히 갖춘 것처럼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가운데 가격의 제품을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는 순간 중간에 있는 선택지가 가장 무난한 답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여러 선택지 가운데 극단적인 대안보다 중간 수준의 대안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을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라고 설명합니다.

두 개를 비교할 때와 세 개를 비교할 때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어폰을 고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3만 원이고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합니다.

B는 7만 원이지만 음질과 편의 기능이 더 좋습니다.

두 제품만 놓고 보면 고민해야 할 기준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A를 선택하고, 조금 더 좋은 기능이 필요하다면 B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15만 원짜리 C가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요?

C는 더 좋은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가격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제 7만 원짜리 B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A와 비교했을 때는 비싼 제품이었던 B가 C까지 등장하자 중간 가격의 제품이 됩니다.

제품 B의 가격과 기능은 그대로인데도 전체 선택지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바뀐 것입니다.

이런 상대적인 위치가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타협 효과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운데 선택지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적어 보인다

극단적인 선택에는 장점과 단점이 비교적 분명하게 보입니다.

가장 저렴한 제품은 돈을 아낄 수 있지만 기능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비싼 제품은 기능이 많지만 가격 부담이 생깁니다.

가운데 제품은 두 극단의 단점을 어느 정도 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기능도 적당합니다.

어느 한쪽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크게 부족한 부분도 없어 보입니다.

저도 여러 제품을 비교할 때 이런 상태가 되면 가운데 제품을 고르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쉬워진다는 점을 느낍니다.

"제일 싼 건 조금 아쉽고, 제일 비싼 건 필요 없으니까 중간 정도면 되겠지."

이 설명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가운데 선택은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을 정당화하기 쉬운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카페 메뉴에서도 중간 크기가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료 크기가 세 가지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작은 크기는 양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큰 크기는 다 마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중간 크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 실제로 내가 얼마나 마실 것인지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극단 사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양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메뉴판에서 크기를 고를 때 정확한 용량보다 '중간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결정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중간 크기가 가장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간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왜 그것이 적합하다고 느껴졌는가입니다.

내가 필요한 양을 기준으로 선택한 것인지, 단순히 가장 크지도 작지도 않다는 이유로 선택한 것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가운데는 가격이 아니라 특징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한다

타협 효과를 단순히 '두 번째로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조금 부족합니다.

중간이라는 위치는 가격뿐 아니라 여러 조건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비교한다면 연비와 크기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노트북에서는 무게와 성능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숙박시설에서는 가격과 편의시설이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제품은 저렴하지만 기능이 단순하고, 다른 제품은 비싸지만 기능이 매우 많을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가격과 기능이 모두 중간 정도인 제품이 타협안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정확히 가운데 가격인가가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조건 사이에서 극단을 피하는 선택으로 보이는가에 있습니다.

미끼 효과와 타협 효과는 무엇이 다를까?

바로 앞에서 살펴본 미끼 효과와 타협 효과는 선택지가 추가되면서 기존 제품의 매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유는 다릅니다.

미끼 효과에서는 특정 선택지보다 분명하게 불리한 비교 대상이 추가되면서 기존 선택지 하나가 더 좋아 보이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반면 타협 효과에서는 선택지가 여러 개 있을 때 극단적인 대안 사이에 위치한 선택지가 무난한 타협안으로 보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5만 원, 8만 원, 15만 원짜리 제품이 있을 때 8만 원 제품이 적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5만 원이나 15만 원 제품이 일부러 불리하게 만들어진 미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 제품에 분명한 장점이 있어도 중간에 위치한다는 이유가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바뀌면 '중간'도 움직인다

타협 효과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중간이라는 기준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3만 원, 5만 원, 8만 원짜리 제품을 비교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 5만 원 제품이 중간입니다.

그런데 3만 원 제품이 사라지고 5만 원, 8만 원, 15만 원 제품을 비교하게 되면 이번에는 8만 원 제품이 중간에 위치합니다.

8만 원 제품 자체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 선택지가 바뀌면서 '비싼 제품'에서 '중간 제품'으로 위치가 변했습니다.

저도 쇼핑을 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 높은 제품들을 계속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 비싸다고 생각했던 가격이 평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처음 생각했던 예산을 다시 확인하면 기준이 얼마나 이동했는지 발견하기 쉽습니다.

중간 선택은 후회를 줄여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타협 효과는 앞에서 다룬 후회회피와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제품을 샀는데 기능이 부족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좋은 걸 살걸."

반대로 가장 비싼 제품을 샀는데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회가 생깁니다.

"굳이 이렇게 비싼 걸 살 필요가 있었나?"

가운데 제품은 두 종류의 후회를 모두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선택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할 때도 편합니다.

너무 싼 제품을 골라 품질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최고급 제품을 골라 과하게 지출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리적인 편안함도 중간 선택의 매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운데를 고르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행동경제학의 편향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 보면 특정 현상이 나타나면 잘못된 결정을 한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타협 효과 역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가운데 제품이 실제로 가장 적합할 수 있습니다.

사용량도 평균적이고 필요한 기능도 적당하다면 굳이 가장 저렴하거나 가장 비싼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중간이니까 안전하겠지'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기본형의 기능만 사용하면서 매번 중간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면 추가 비용을 내면서도 혜택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장 비싼 상품이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중간은 통계적인 위치일 뿐 나에게 가장 알맞은 위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라면 먼저 필요한 수준을 정한 뒤 가격표를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지가 많을 때는 비교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조건을 몇 가지 정해두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노트북을 고른다면 단순히 보급형, 중급형, 고급형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보다 실제 사용 목적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서 작성과 인터넷 사용이 대부분인지, 무거운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하는지, 휴대성이 중요한지처럼 실제 생활과 연결된 조건입니다.

그다음 제품을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중간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이유가 달라집니다.

'세 개 가운데 중간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면서 가격도 범위 안에 들어와서' 선택하게 됩니다.

저도 정보를 정리할 때 선택지가 세 개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으면 가운데가 자연스럽게 기준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럴수록 비교표를 보기 전에 목적을 한 문장으로 정해두면 상대적인 위치에 끌려가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지워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제품을 비교하다 보면 기능이 많을수록 좋은 제품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이때는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제품에만 있는 기능을 하나씩 보면서 실제로 사용할 것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기능이라면 나에게는 사실상 없는 기능과 비슷합니다.

고급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기본형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고급형의 특정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중간이 무난하다'는 기준에서 벗어나 실제 사용 가치로 비교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중간이라서'를 빼고도 선택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타협 효과를 알아차리는 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선택 직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이 세 가지 가운데 중간이라는 사실을 빼더라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할까?"

필요한 기능이 있고 가격도 예산에 맞으며 실제 사용 목적에도 적합하다면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제일 싼 것은 불안하고 제일 비싼 것은 부담스러우니까"라는 설명밖에 남지 않는다면 다른 기준을 한 번 더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극단을 피하고 중간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판단 방식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빠르게 괜찮은 선택을 찾게 해주는 유용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선택지의 가운데와 나에게 필요한 수준의 가운데는 항상 같지 않습니다.

타협 효과를 이해하면 무조건 중간 선택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이 편안해 보이는 이유와 실제로 필요한 조건을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장 싸거나 비싼 제품을 고르는 것도, 항상 가운데를 고르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사용할 조건을 먼저 정하고 그 기준에 가장 잘 맞는 선택지를 찾는 것이 더 안정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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