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기 전에는 단점이 유난히 잘 보이는데, 막상 구입하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트북 두 대를 놓고 오래 고민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A는 가볍지만 가격이 비싸고, B는 조금 무겁지만 가격이 저렴합니다. 결국 A를 구입했다면 그다음부터는 가벼운 무게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은 가격이라는 단점은 이렇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도 오래 사용할 거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구매 전에는 비슷하게 고민했던 장점과 단점의 무게가 선택 이후 조금씩 달라지는 것입니다.
심리학과 행동과학에서는 이처럼 자신이 선택한 대상의 장점은 더 긍정적으로 보고, 단점은 상대적으로 작게 평가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려는 경향을 선택 지지 편향(Choice-Supportive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선택하기 전에는 비교하지만 선택한 뒤에는 이유를 찾는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는 여러 조건을 비교합니다.
가격도 보고 기능도 살펴봅니다. 후기에서 단점도 찾아보고 다른 제품과의 차이도 확인합니다.
하지만 결제가 끝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미 하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계속 비교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오히려 자신이 고른 제품을 잘 사용해야 하는 단계가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선택한 제품의 장점이 더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역시 디자인은 이게 제일 괜찮네."
"조금 비쌌지만 사용하기 편하니까 잘 산 것 같아."
반대로 선택하지 않은 제품에서는 단점이 더 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B를 샀으면 무거워서 불편했을 거야."
이런 생각은 자신의 결정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택하지 않은 제품의 장점은 점점 흐려질 수 있다
선택 지지 편향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선택한 대상만 달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대한 기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A와 B 가운데 A를 구입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구매하기 전에는 B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A를 사용하면서 만족하고 있다면 시간이 지난 뒤 B를 떠올릴 때 가격의 장점보다 무게나 디자인 같은 단점이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의 고민이 실제보다 단순하게 기억됩니다.
"A가 훨씬 좋아서 A를 샀지."
하지만 당시 작성했던 비교표가 남아 있다면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두 제품의 점수가 거의 비슷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알고 난 현재의 시선이 과거의 기억에도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비싼 물건일수록 선택을 정당화하고 싶어질 수 있다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잘못 구입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큰돈을 지불했는데 제품이 별로라고 인정하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불편한 느낌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점이 발견되어도 이유를 붙이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단점은 다른 제품도 비슷할 거야."
"가격은 비싸지만 브랜드가 괜찮으니까."
물론 이런 판단이 실제로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제품의 장단점을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 이미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 때문에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가격으로 이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조건을 잠시 빼고 보는 것입니다.
구독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
선택 지지 편향은 물건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사용하는 앱이나 구독 서비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몇 년째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사용법에 익숙하고 저장된 자료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점이 생겨도 장점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서비스가 제일 익숙하니까."
실제로 익숙함은 중요한 장점입니다.
다른 서비스로 옮길 때 발생하는 전환비용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바꾸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에 이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이유와 현재도 이 서비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과 사용 목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 지지 편향과 확증편향은 무엇이 다를까?
앞에서 살펴본 확증편향과 선택 지지 편향은 서로 상당히 가까워 보입니다.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보는 경향입니다.
선택 지지 편향은 이미 자신이 선택한 대상이나 결정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에 초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부터 A 브랜드가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A에 관한 좋은 후기만 찾아본다면 확증편향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를 고민한 끝에 A를 구입한 뒤부터 A의 장점은 크게 보고 경쟁 제품의 단점이 더 잘 보인다면 선택 지지 편향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자신의 선택이 하나의 믿음으로 굳어지면서 두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과도 비슷하지만 기억하는 내용이 다르다
최근 살펴본 사후확신편향과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은 결과를 알고 난 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느끼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선택 지지 편향에서는 자신이 선택했던 대상을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거나 평가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 제품을 구입한 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역시 처음부터 A가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생각한다면 사후확신편향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반면 "A는 단점도 별로 없었고 당시 선택지 가운데 확실히 가장 좋았어"라고 과거의 비교 과정까지 긍정적으로 기억한다면 선택 지지 편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현재 알고 있는 결과가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추천한 제품에는 평가가 더 관대해질 수도 있다
직접 선택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어떤 제품을 추천했는데 친구가 실제로 구입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다음 친구가 작은 단점을 이야기하면 순간적으로 제품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건 설정을 바꾸면 괜찮아."
"그 정도는 큰 단점은 아니지."
물론 실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추천했다는 사실 때문에 단점을 작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추천한 제품에 문제가 많다고 인정하면 제품 평가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대한 평가까지 함께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는 장점뿐 아니라 직접 확인한 단점도 함께 전달하는 편이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선택 당시의 비교 기준을 남겨두면 기억의 변화를 확인하기 쉽다
선택 지지 편향은 기억과 연결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뒤 스스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용이 크거나 오래 사용할 제품을 비교한다면 결정 당시의 기준을 간단하게 기록해 두는 방법이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세 가지 정도만 남길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제품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선택 당시 알고 있었던 단점,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대안입니다.
몇 달 뒤 제품을 평가할 때 이 기록을 다시 보면 당시 생각과 현재 기억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단점이 사실 구매 전에는 가장 크게 고민했던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 걱정했던 단점이 실제 사용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경험을 다음 선택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다시 산다면 같은 것을 살까?'라는 질문이 도움이 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평가할 때는 구매 가격과 과거의 고민이 함께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의 현재 만족도를 생각할 때 이런 질문을 사용하는 방식이 꽤 유용하다고 봅니다.
"오늘 이 제품을 처음 발견했고 현재 가격으로 다시 선택해야 한다면 또 살까?"
다시 구입하고 싶다면 현재 기준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고 있을 뿐 새로 산다면 다른 제품을 고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질문은 과거의 선택을 틀렸다고 판정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현재는 조건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결정도 영원히 좋은 결정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선택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고민해 구입한 제품에 만족하고 자신의 선택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오히려 선택할 때마다 "다른 것을 골랐어야 했나?"라고 계속 고민한다면 불필요한 후회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선택 지지 편향에는 결정을 내린 뒤 더 이상 끝없는 비교를 하지 않고 현재 선택에 적응하도록 돕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는데도 과거 선택을 지키기 위해 그 정보를 무시할 때입니다.
제품에 실제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내가 고른 것이니까 좋은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음 선택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선택을 증명하기보다 다음 선택에 사용할 정보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선택한 뒤에는 누구나 자신의 결정이 괜찮았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설명 방식이나 기준을 정하고 나면 그 선택의 장점이 더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검토할 때는 처음 정한 방식을 방어하기보다 무엇이 잘 작동했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를 따로 살펴보는 편이 유용합니다.
제품 선택도 비슷합니다.
잘 산 물건이라면 어떤 조건 때문에 만족했는지 기록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물건이라면 구매 당시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과거의 선택은 성공이나 실패라는 평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판단을 위한 자료가 됩니다.
선택 지지 편향을 이해하는 목적은 자신이 고른 것을 일부러 나쁘게 바라보는 데 있지 않습니다.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과 '지금도 좋은 선택이다'라는 판단을 잠시 분리해서 보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두면, 과거의 결정을 지키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다음 선택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만드는 데 경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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