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상태에서 마트에 방문하면 평소보다 많은 음식이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당장 먹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장바구니에도 여러 가지 식품을 담게 됩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걸 다 언제 먹지?"
구입할 당시에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먹고 싶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그만큼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사람은 미래의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할 때 현재의 감정이나 욕구를 기준으로 삼기 쉽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현재의 선호와 감정이 미래에도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을 투사 편향(Projection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의 마음이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는 미래의 자신을 직접 경험할 수 없습니다.
내일 어떤 기분일지, 다음 주에 무엇을 하고 싶을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상태를 이용해 미래를 예상합니다.
지금 어떤 활동이 재미있다면 다음에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특정 음식이 먹고 싶다면 며칠 뒤에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취향에는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고픔이나 피로, 기분처럼 빠르게 달라지는 상태까지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필요와 예상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배고플 때 장을 보면 필요한 양을 다르게 예상할 수 있다
투사 편향을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 식품 구매입니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먹고 싶은 음식이 많아집니다.
평소에는 한두 가지면 충분했을 간식도 여러 종류를 구입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단순히 현재 배가 고프다는 사실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 음식을 충분히 먹을 것이라는 예상이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면 욕구가 달라집니다.
조금 전까지 꼭 필요해 보였던 음식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라면 장을 볼 때 현재 먹고 싶은 양과 며칠 동안 실제로 필요한 양을 구분해 보겠습니다.
특히 식품처럼 보관 기간이 중요한 물건은 순간적인 욕구보다 평소 소비하는 양을 기준으로 목록을 만드는 편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세운 계획도 나중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어느 날 유난히 기분이 좋고 의욕이 넘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날은 새로운 취미도 시작하고 싶고, 집도 정리하고 싶고, 밀린 공부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말 일정표를 빈틈없이 채웁니다.
그런데 실제 주말이 되면 평범한 컨디션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평일 동안 쌓인 피로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일정도 생깁니다.
며칠 전에는 즐겁게 느껴졌던 계획이 이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의 높은 의욕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가장 의욕적인 순간보다 평소의 에너지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곤할 때는 앞으로도 모든 일이 귀찮을 것처럼 느껴진다
투사 편향은 의욕이 높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현재 상태가 미래에 대한 예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지친 상태에서 주말 약속을 제안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에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도 외출하기 싫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쉬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피곤할 때 약속을 거절하는 것이 실제로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정답인지가 아닙니다.
지금의 피로가 미래의 선호를 예상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투사 편향과 현재편향은 어떻게 다를까?
앞에서 살펴본 현재편향과 투사 편향은 모두 현재의 상태가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편향은 미래의 이익보다 당장 얻는 만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당장 재미있는 활동을 선택하는 경우입니다.
반면 투사 편향은 미래의 자신이 무엇을 원할지 예상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선호를 지나치게 반영하는 현상입니다.
지금 배가 고프기 때문에 내일도 많은 음식을 먹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현재편향은 언제 만족을 얻을 것인가에 관한 선택과 연결되고, 투사 편향은 미래에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는 두 경향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계획 오류와도 비슷하지만 초점이 다르다
바로 앞에서 다룬 계획 오류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계획 오류는 어떤 일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노력을 실제보다 적게 예상하는 경향입니다.
투사 편향은 미래의 감정과 선호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방을 정리하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계획 오류와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 정리할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주말에도 똑같이 정리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투사 편향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필요한 시간의 예상이고 다른 한쪽은 미래의 마음에 대한 예상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필요한 물건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한여름에 겨울옷을 고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운 상태에서는 두꺼운 옷이 당장 필요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얇은 여름옷의 필요성을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은 계절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위나 추위를 경험하는 상태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상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날씨가 다른 계절에 사용할 물건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라면 계절이 다른 시기에 사용할 제품을 구입할 때 지금의 체감보다 과거에 실제로 사용했던 경험을 먼저 떠올려 보겠습니다.
작년에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확인하면 현재의 날씨에만 의존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취미용품을 구입할 때도 미래의 열정을 크게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면 관련 도구를 한꺼번에 준비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상도 찾아보고 사용 방법도 공부하면서 관심이 높아집니다.
이때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같은 열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활동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처음보다 흥미가 줄어들 수도 있고 예상보다 자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취미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취미를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경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모든 도구를 구입하기보다 기본적인 준비물로 시작해 실제 사용 빈도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래의 열정을 현재의 기분만으로 예상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자신은 지금보다 더 부지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은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동시에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음 달부터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주말에는 평일보다 훨씬 부지런할 거야."
이런 기대는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생활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현상을 투사 편향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의 시간을 지나치게 넉넉하게 예상하는 문제에는 계획 오류나 낙관편향 등 다른 판단 경향도 관여할 수 있습니다.
투사 편향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선호와 감정이 미래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부분입니다.
개념을 구분해 보면 어떤 이유로 계획이 달라졌는지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와 평소 상태를 구분하면 도움이 된다
투사 편향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지금의 상태가 평소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현재 유난히 배가 고픈지, 피곤한지, 신이 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밤늦게 피곤한 상태에서 다음 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지금 피곤해서 모든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반대로 의욕이 넘치는 날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평소 컨디션에서도 이 계획을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의 감정을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그 감정이 일시적인 상태인지,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선호인지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나를 참고하면 미래의 나를 예상하기 쉬워진다
미래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면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마다 처음 한 달은 열심히 하다가 이후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도 처음의 열정만으로 장기적인 사용량을 예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식품 구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에 대용량으로 구입한 식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하면 다음 구매량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라면 미래의 자신을 예상할 때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지난번 비슷한 상황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경험은 완벽한 예측 도구는 아니지만 현재 기분만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정을 잠시 미루면 마음이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결정을 즉시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현재의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시간을 두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물건이 갑자기 매우 갖고 싶어졌다면 다음 날에도 같은 필요성을 느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곤해서 어떤 활동이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충분히 쉰 뒤 다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긴급한 결정에는 이런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는 선택에서는 시간을 두는 것만으로 일시적인 감정과 지속적인 선호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라면 '미래의 나도 지금과 같은 상태일까?'라고 질문해 봅니다
투사 편향을 알아차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내가 이 선택을 실제로 사용할 때도 지금과 같은 기분과 상태일까?"
배고플 때 식품을 구입한다면 식사를 마친 뒤의 자신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의욕이 넘칠 때 주말 계획을 세운다면 평범한 주말의 컨디션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취미용품을 구입한다면 처음의 설렘이 조금 줄어든 뒤에도 사용할지 질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의 사용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현재의 욕구와 실제 필요를 구분하기가 조금 쉬워집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기
우리는 현재의 감정과 욕구를 가장 생생하게 느낍니다.
반면 미래의 감정은 상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배고픔이 내일의 식욕을 그대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높은 의욕이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라면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때 현재의 마음을 무시하기보다 한 가지 정보를 더 추가하겠습니다.
바로 평소의 나와 과거의 나에 관한 정보입니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실제로 무엇을 사용했으며 어떤 선택을 유지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투사 편향을 이해하는 목적은 미래의 마음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내가 원하는 것과 미래의 내가 필요로 할 것이 항상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면 순간적인 기분을 존중하면서도 오래 사용할 물건이나 앞으로의 일정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