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가격인데도 선택이 달라지는 이유, 경제에서 프레이밍 효과란 무엇일까?


마트에서 같은 종류의 제품 두 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쪽에는 '성공률 90%'라고 적혀 있고 다른 쪽에는 '실패율 10%'라고 적혀 있습니다. 두 표현이 전달하는 수치 자체는 사실상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문장을 읽었을 때 받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90%가 성공한다는 표현은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10%가 실패한다는 표현에서는 위험이나 손실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선택에서도 이런 일이 나타납니다. 사람은 언제나 숫자와 조건만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에 따라서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프레임은 정보를 바라보는 틀을 만든다

프레이밍 효과에서 말하는 프레임은 사진 액자처럼 정보의 내용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바라보게 하는 틀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가게가 똑같이 1만 원의 가격 차이를 제시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가게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1만 원 할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가게는 기준 가격을 다르게 제시하면서 특정 결제 방법을 이용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같더라도 소비자는 '할인을 얻었다'는 느낌과 '추가 비용을 냈다'는 느낌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경제적 판단에서는 최종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기준점과 비교되어 제시되는지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할인 문구에서도 프레이밍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같은 가격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5만 원 할인"이라고 표시할 수도 있고 "20% 할인"이라고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표현이 더 크게 느껴지는지는 원래 가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20만 원짜리 상품에서 5만 원을 할인한다면 소비자는 금액과 비율을 모두 확인해 실제 혜택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인율만 크게 강조되면 원래 판매가격이나 다른 판매자의 가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혜택이 크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할 때 할인율보다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실제로 얼마를 지불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판단하기 수월합니다. 할인 문구는 판매처마다 기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종 지출액은 직접 비교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판단할 때는 표현보다 실제 숫자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합니다.

'얻는다'와 '잃는다'는 같은 크기라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익과 손실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얻는 것'으로 볼 때와 '잃는 것'으로 볼 때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가 이번 달에 사라진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포인트인데도 "곧 소멸됩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갑자기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잃게 된다는 표현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행동경제학에서 다루는 손실회피와도 연결됩니다.

다만 손실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상황과 경험, 실제 금액의 크기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도 중요하다

월 1만 원짜리 서비스를 보고 비싸다고 느꼈던 사람이 바로 옆에서 월 3만 원짜리 서비스를 본 뒤 다시 1만 원 상품을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1만 원이라는 가격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비교 대상입니다.

사람은 모든 상품의 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선택지를 기준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뉴판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천 원, 5천 원, 7천 원짜리 선택지만 있을 때와 3천 원, 5천 원, 7천 원, 2만 원짜리 선택지가 함께 있을 때 기존 가격을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택지를 평가할 때는 '이 가격이 옆의 제품보다 저렴한가?'와 함께 '내가 원래 필요로 했던 기능에 비해 적절한 가격인가?'를 따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선택도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가입하다 보면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가 미리 선택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고 직접 설정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미리 선택된 항목은 단순한 표시처럼 보이지만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설정을 하나씩 바꾸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기본값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 현상은 기본값 효과와도 연결됩니다.

중요한 선택에서는 어떤 항목이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인지 따로 살펴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특히 자동 갱신이나 추가 옵션처럼 이후 비용과 연결되는 설정이라면 처음 가입할 때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왜 같은 정보를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까?

기업은 소비자가 짧은 시간 안에 상품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해야 합니다.

모든 제품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소비자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이나 핵심 기능, 할인 조건처럼 중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눈에 잘 보이게 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앞에 배치하고 어떤 기준과 비교하는지가 소비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프레이밍을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려면 어느 정도의 표현 방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제는 중요한 조건을 지나치게 작게 표시하거나 실제보다 혜택이 큰 것처럼 오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보를 구성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프레임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과 실제 조건을 구분해서 확인하는 능력입니다.

프레이밍 효과는 정보 비대칭과는 조금 다르다

앞서 다룬 정보 비대칭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내용이 서로 다른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프레이밍 효과에서는 필요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보 자체를 알고 있지만 표현 방식 때문에 특정 부분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의 실제 가격과 할인 조건이 모두 적혀 있어도 할인율이 크게 강조되면 소비자의 관심이 할인에 먼저 집중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공개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핵심 조건을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질문을 바꿔보는 방법이 있다

일상적인 구매에서 프레이밍의 영향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중요한 선택에서는 같은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30% 할인한다"는 문장을 봤다면 "그래서 실제 결제금액은 얼마인가?"라고 바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가입하면 매달 5천 원을 절약한다"는 설명을 봤다면 "1년 동안 실제로 지불하는 총액은 얼마인가?"를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 곧 사라진다"는 안내를 받았다면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원래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을 추가로 사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표현을 실제 금액과 필요성의 문제로 다시 바꾸면 처음 제시된 프레임에서 조금 떨어져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같은 정보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전통적인 경제 설명에서는 사람이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합니다.

그 정보가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제시되었는가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분석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잘 보이는 숫자나 익숙한 기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판단의 단서로 활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빠르게 결정해야 할 때 유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에서는 표현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를 이해한다고 해서 광고나 가격표를 볼 때마다 모든 표현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한 번 정도 표현을 걷어내고 최종적으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실제로 지불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같은 사실도 어떤 틀에 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마주치는 가격표와 상품 설명, 서비스 선택지를 조금 더 차분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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