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문한 식당가에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는 두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가게에는 손님이 여러 명 앉아 있고 다른 가게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두 곳의 음식 맛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면 어느 쪽이 조금 더 괜찮아 보일까요?
사람이 많은 가게를 보며 '여기에 손님이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합니다. 같은 종류의 상품 두 개 가운데 하나에는 구매 후기가 수천 개 있고 다른 하나에는 후기가 몇 개뿐이라면,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았더라도 후기 수가 많은 제품에 먼저 관심이 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선택이나 행동을 자신의 판단에 참고하는 현상을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없습니다.
처음 방문한 식당의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맛을 미리 볼 수도 없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물건을 직접 만져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의 행동이 정보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반복해서 찾는 식당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여러 구매자가 특정 제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면 제품 선택에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판단이 반드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모든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경험을 활용하면 탐색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 유용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남들의 선택이 중요하게 보인다
평소 자주 구입하는 생필품이라면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과 품질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처음 구입하는 제품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알아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품마다 스위치와 배열, 키감처럼 낯선 용어가 등장합니다. 어떤 차이가 자신에게 중요한지조차 처음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이나 '구매자가 많이 선택한 모델'이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선택을 임시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증거는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더 강한 정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후기 수와 평점은 서로 다른 정보를 준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별점만큼 후기의 개수도 눈에 잘 보입니다.
평점 4.9점에 후기 10개가 있는 상품과 평점 4.7점에 후기 3,000개가 있는 상품을 비교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평균점수만 보면 첫 번째 제품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는 두 번째 상품을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훨씬 많은 사람이 구매하고 평가했다는 사실 자체를 정보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후기 수가 많으면 항상 더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래 판매된 제품이라 후기 수가 많을 수도 있고 판매량이 높은 저가 제품이라 평가가 빠르게 쌓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기를 볼 때 별점이나 개수 하나만 보기보다 최근 후기와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단점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이 더 유용하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사실과 나에게 적합한 제품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베스트셀러', '가장 인기 있는 상품', '많이 선택한 요금제' 같은 표시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선택지가 많을 때 후보를 빠르게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구독 서비스에 세 가지 요금제가 있는데 가운데 상품에 '가장 많이 선택'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면 해당 상품이 무난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이미 비교한 뒤 선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선택과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은 반드시 같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과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기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기 표시는 후보를 고르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되 가격과 기능은 별도로 비교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회적 증거와 네트워크 효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개념 모두 '사용자가 많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동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적 증거에서는 다른 사람이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판단을 위한 정보가 됩니다.
반면 네트워크 효과에서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서비스 자체의 이용 가치가 실제로 커질 수 있습니다.
메신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보며 "사람들이 많이 쓰니 괜찮은 서비스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증거의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내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 메신저의 실제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네트워크 효과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서비스에서는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항상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줄이 길다는 사실은 인기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음식의 품질만으로 줄이 생긴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매장이 작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적을 수도 있고 특정 시간에 주문이 몰렸을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매량이 높은 상품 역시 가격이 매우 저렴하거나 광고 노출이 많아서 판매량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행동은 유용한 정보이지만 완전한 정보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사실과 '왜 많은 사람이 선택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의 선택을 더 참고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의 선택이 나에게 똑같이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등산화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벼운 산책을 주로 하는 사람의 추천과 장거리 산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추천은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노트북도 문서 작업을 하는 사람과 영상 편집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이 다릅니다.
그래서 온라인 후기를 볼 때 단순히 좋은 평가인지보다 작성자의 사용 목적이 나와 비슷한지 확인하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증거의 가치는 사람의 숫자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조건에서 선택했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행동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처음 몇 사람이 특정 가게를 선택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뒤에 온 사람은 손님이 많은 모습을 보고 그 가게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가게에는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그 모습을 본 다음 사람 역시 인기 있는 가게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처음의 작은 차이가 이후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더 크게 확대되는 것입니다.
온라인 콘텐츠에서도 조회수가 높은 글이나 영상이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다시 조회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인기가 반드시 품질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노출 위치나 우연한 초기 선택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기도만으로 품질을 판단하면 초기의 작은 차이가 만들어 낸 결과를 실제 품질 차이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회적 증거를 활용할 때는 숫자의 맥락을 함께 보면 좋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정보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구매라면 몇 가지 맥락을 추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후기가 언제 작성되었는지, 최근에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균 별점만 보는 대신 낮은 평가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10만 명이 이용한다'는 문구를 봤다면 누적 가입자인지 현재 활동하는 이용자인지도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숫자의 배경을 확인하면 사회적 증거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남들의 선택은 좋은 참고자료지만 최종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고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식당을 직접 방문하고 모든 제품을 직접 사용한 뒤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선택을 활용하면 판단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기와 적합성을 같은 것으로 생각할 때 생깁니다.
가장 많이 팔린 의자가 내 체형에 가장 편한 의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요금제가 내 사용량에 가장 경제적인 요금제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증거는 '많은 사람이 선택했으니 나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이라기보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으니 살펴볼 만한 후보일 수 있다'는 신호로 활용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은 우리가 직접 모든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동시에 그 경험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결국 사회적 증거를 이해한다는 것은 남들의 선택을 무조건 따라가거나 반대로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의 정보로 활용하되, 그 선택이 나의 목적과 조건에도 맞는지를 마지막에 따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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