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트북을 사기 위해 여러 제품을 비교하다가 어느 순간 A 제품이 가장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가격과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A 제품으로 기울고 나면 검색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A 제품 장점", "A 제품 추천 이유" 같은 내용을 더 찾아보게 되고 좋은 후기를 발견하면 구매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반대로 단점을 지적하는 후기는 사용 환경이 특이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아직 구매하기 전인데도 이미 마음속에서는 결론이 만들어지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정보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항상 백지상태에서 정보를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접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했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있고 좋아하는 제품의 특징도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만족했던 경험이나 불편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를 볼 때 완전히 아무런 기준 없이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B 브랜드의 제품을 여러 번 사용하면서 만족했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알아볼 때 B 브랜드의 긍정적인 후기를 보면 "역시 괜찮은 브랜드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후기가 하나 나오면 "제품은 원래 뽑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라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B 브랜드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같은 부정적인 후기 하나가 기존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에 따라 받아들이는 무게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검색어를 어떻게 입력하느냐부터 결과가 달라진다
인터넷 검색은 객관적인 정보를 찾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어떤 질문을 입력하느냐에 따라 만나게 되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무선 키보드는 편리할까?"라고 검색하는 것과 "무선 키보드가 불편한 이유"라고 검색하는 것은 시작부터 방향이 다릅니다.
후자의 검색어를 사용하면 불편했던 경험이나 단점을 설명하는 글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무선 키보드가 좋은 이유"를 검색하면 장점을 중심으로 작성된 정보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비슷한 정보가 계속 쌓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할 때는 한쪽 방향의 검색어만 사용하는 것보다 반대되는 질문도 함께 검색해 보는 방법이 유용합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면 장점만 찾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이 어떤 단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지도 확인하는 식입니다.
구매한 뒤에는 내 선택이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비싼 제품을 구입하면 자신의 선택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매 이후에도 긍정적인 정보를 더 반갑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산 제품이 비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반대로 며칠 뒤 더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신제품이 등장하면 "그래도 내가 산 제품은 디자인이 더 좋다"거나 "새 제품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항상 확증편향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로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만 있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구매 시점에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기준으로 충분히 좋은 결정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이후에 나타나는 반대 정보를 자동으로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온라인 후기는 원하는 결론을 찾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제품 후기가 수천 개라면 그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매우 만족하고 다른 사람은 불편함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이미 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은 좋은 후기 몇 개를 발견하는 순간 검색을 끝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매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던 사람은 부정적인 후기 몇 개만 읽고 제품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제품을 비교할 때 마음에 드는 후보가 생기면 좋은 평가를 더 자세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고르기 전에는 낮은 평가를 따로 확인하고, 거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보는 편이 판단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좋은 후기와 나쁜 후기의 숫자를 단순히 세는 것보다 서로 다른 의견이 어떤 사용 환경에서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확증편향은 가용성 편향과 어떻게 다를까?
앞선 글에서 살펴본 가용성 편향과 확증편향은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가용성 편향은 쉽게 기억나거나 최근에 접한 사례가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에 초점이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기존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받아들이거나 찾으려는 경향에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최근 스마트폰 고장 사례를 여러 번 본 뒤 "스마트폰은 자주 고장 난다"고 느끼게 되었다면 가용성 편향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특정 브랜드는 품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그 브랜드의 고장 후기만 집중해서 찾아본다면 확증편향과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맞는 사례를 반복해서 찾아보다 보면 그 사례가 기억에도 더 쉽게 남기 때문입니다.
추천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모두 확증편향인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내가 관심을 보인 것과 비슷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정 주제의 영상을 여러 번 시청하면 관련 영상이 다시 등장하고 비슷한 상품을 검색하면 관련 광고나 상품 추천을 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정보가 반복되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관심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추천 결과 자체와 확증편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비슷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술적인 구조일 수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사람이 자신의 기존 생각과 맞는 정보를 더 찾고 받아들이는 판단 경향입니다.
두 가지가 만나면 비슷한 정보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서로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기업에서도 기존 판단을 뒷받침하는 숫자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확증편향은 개인의 쇼핑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에서도 이미 결정한 방향과 일치하는 정보가 더 중요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 팀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출시 후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가 며칠 뒤 서비스를 떠나는 비율이 높다면 다른 해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가입자 증가만 강조하고 이용 중단과 관련된 정보는 일시적인 문제라고 계속 넘긴다면 시장의 실제 반응을 늦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자신이 기대한 결과뿐 아니라 예상과 다른 결과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찾는 것은 생각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확증편향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정보만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 의견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정확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세운 생각을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로 거의 결정했다면 "이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이라면 "이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어떤 장점 때문에 선택할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대 방향의 질문을 던지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조건을 발견하기 쉬워집니다.
그 결과 원래 생각이 맞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보다 반대 근거까지 검토한 뒤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입니다.
내 생각을 바꿀 조건을 미리 정해두는 방법도 있다
어떤 주장을 계속 믿을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새로운 문제가 발견될 때마다 예외라고 설명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판단에서는 처음부터 생각을 바꿀 조건을 정해두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용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면 "한 달 동안 실제 사용률이 일정 수준보다 낮으면 다른 방법을 검토한다"는 기준을 미리 만들 수 있습니다.
제품을 비교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기능 몇 가지를 먼저 정해 놓으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보다 실제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하면 결과를 본 뒤 자신의 생각에 맞춰 기준을 계속 바꾸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좋은 판단은 내 생각을 증명하는 것보다 시험하는 데서 시작된다
확증편향은 사람이 일부러 틀린 정보를 믿으려고 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생각과 연결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고 자신의 경험과 맞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반대되는 정보가 계속 빠질 때입니다.
한쪽 정보만 모으면 처음에는 작은 추측이었던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확실한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선택일수록 자신이 맞다는 자료만 찾기보다 틀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도 함께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도, 서비스를 비교할 때도, 업무 방법을 선택할 때도 같은 원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이 맞다는 증거는 무엇인가?"와 함께 "내 생각이 틀렸다면 어떤 증거가 보여야 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확증편향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정보를 의도적으로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처음 내린 판단을 조금 더 넓은 기준에서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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