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평소보다 느려졌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했는데 화면이 바로 바뀌지 않습니다. 몇 초만 기다리면 될 수도 있지만 마우스를 여러 번 클릭하고, 다른 창을 열었다 닫고, 새로고침까지 해봅니다.
결과적으로 컴퓨터가 더 느려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이미 눌렀는데 다시 한번 누르는 행동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클릭이 엘리베이터를 더 빨리 오게 만들지는 않더라도 기다리기만 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쪽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다리거나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언가 행동하려는 경향을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합니다.
행동 편향을 이해하면 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설정을 바꾸거나, 계획이 조금 어긋났다는 이유로 전체 방식을 수정하고 싶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행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 해결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대응입니다.
그런데 현실에는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거나 추가 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파일을 업로드했는데 진행 표시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해보겠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정상적으로 완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업로드를 취소하고 다시 시작하거나 인터넷 연결을 바꾸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해서 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행동 편향의 핵심은 행동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의 필요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한다'는 느낌이 판단을 앞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적극적인 선택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상당히 수동적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결정하면 문제를 방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새롭게 정리한 책상 배치가 편한지 평가하려면 며칠 사용해 봐야 합니다.
첫날 조금 어색하다는 이유로 바로 원래대로 되돌리면 새로운 배치가 실제로 편리한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일주일 동안 그대로 사용해 보기로 결정했다면 단순한 방치가 아닙니다.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보다 **'언제까지 관찰한 뒤 다시 판단한다'**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러면 기다림도 하나의 계획된 행동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컴퓨터 설정을 계속 바꾸면 원인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여러 설정을 한꺼번에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A 설정을 변경하고, B 기능을 껐다가, C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합니다.
그러다 문제가 해결됩니다.
결과는 좋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정확히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에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여러 설정을 건드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한 번에 하나씩 변경하는 방식을 선호하겠습니다.
설정 하나를 바꾼 뒤 결과를 확인합니다.
변화가 없다면 다음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렇게 하면 행동의 횟수는 줄어들지만 각각의 행동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이 움직이는 것과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일이 아닙니다.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고 전체 계획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생활 루틴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평일 저녁 30분 동안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첫 주에는 잘 지켰지만 두 번째 주에 일정이 바빠 이틀을 건너뛰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아침 독서로 바꾸거나, 시간을 한 시간으로 늘리거나, 새로운 기록 앱을 설치하는 식입니다.
물론 기존 방법이 맞지 않았다면 수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틀의 예외만으로 계획 전체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일정이 특별히 바빴던 주였는지, 앞으로도 반복될 문제인지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동 편향은 때때로 계획을 개선하는 것과 계획을 계속 바꾸는 것의 차이를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행동 편향과 현상유지 편향은 반대처럼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현상유지 편향은 현재 상태를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입니다.
행동 편향은 반대로 무엇인가 바꾸거나 행동하려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두 개념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하나의 편향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불편해 행동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익숙한 앱을 다른 앱으로 바꾸는 것은 꺼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앱에서 갑자기 오류가 발생하면 설정을 여러 번 변경하고 다시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심리적 경향이 나타나는지는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동 편향과 행동 마찰도 구분할 수 있다
직전에 살펴본 행동 마찰은 원하는 행동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절차와 노력에 초점을 둡니다.
행동 편향은 행동하지 않는 선택보다 무언가를 하는 선택에 끌리는 경향에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사진 파일을 정리하고 싶은데 폴더가 너무 복잡해 시작하지 못한다면 행동 마찰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파일 정리를 시작한 뒤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분류 기준을 계속 바꾸고 폴더를 새로 만든다면 행동 편향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의 필요성보다 행동 자체를 선호하는 경향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항상 문제 해결은 아니다
업무나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 새로운 도구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메모 앱을 설치합니다.
새로운 일정 관리 방식을 시작합니다.
노트를 새로 구입하고 폴더 구조도 바꿉니다.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할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모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앱으로 옮기기 전에 현재 메모가 왜 흩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라면 새 도구를 추가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현재 방법에서 정확히 무엇이 불편한가?"
문제가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도구를 바꿔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고침을 반복해도 정보가 빨리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 결과 발표나 배송 상태를 기다릴 때 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하는 경험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면 새로고침 횟수를 늘려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불편합니다.
그래서 확인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결과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주기가 정해져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춰 확인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행동의 빈도보다 새로운 정보가 실제로 생길 수 있는 시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원인을 정하고 행동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사용하는 기기가 평소보다 느려졌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최근에 설치한 프로그램이 원인이라고 추측해 바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원인은 일시적인 네트워크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첫 번째로 떠오른 원인에 맞춰 행동하기 쉽습니다.
저라면 가능하다면 행동하기 전에 현재 상태를 한 번 기록하겠습니다.
언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 다른 기능은 정상인지 확인합니다.
몇 분의 확인이 불필요한 변경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행동한 사람은 책임감 있어 보일 수 있다
행동 편향이 나타나는 이유를 생각할 때 사회적인 평가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사람은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바로 무엇인가 시도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상황에서도 행동하는 쪽이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 해결에서는 행동의 양보다 적절성이 중요합니다.
다섯 가지를 빠르게 시도했지만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사람보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 한 가지를 정확하게 수정한 사람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적극성은 행동 횟수로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행동하지 않은 선택에도 이유를 남길 수 있다
무언가를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 이유를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새롭게 바꾼 책상 배치가 첫날 불편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바로 원래대로 돌리지 않고 이렇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5일 동안 사용한 뒤 다시 평가한다."
며칠 뒤에도 계속 불편하다면 바꿀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익숙해져 편해졌다면 첫날의 불편함 때문에 성급하게 되돌리지 않은 것이 도움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다림이 막연한 방치가 아니라 조건과 기간이 있는 실험이 됩니다.
행동을 미루는 것과 의도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다르다
행동 편향을 이해한 뒤 모든 행동을 늦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일을 계속 미루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한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의도적인 기다림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판단할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미루기는 다음 판단 시점이나 행동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정리해야지"는 단순한 미루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동안 사용 빈도를 확인한 뒤 토요일에 보관 위치를 정한다"는 구체적인 관찰 계획입니다.
둘은 겉으로는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구조가 다릅니다.
저라면 행동하기 전에 '이 행동으로 무엇을 알게 되는가'를 묻겠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저는 한 가지 질문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행동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새롭게 알 수 있을까?"
설정을 하나 바꾸면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단순히 불안해서 같은 버튼을 다시 누르는 것이라면 잠시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리 방법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과 비교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다른 방식으로 바꾼다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 질문은 행동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각 행동에 목적을 부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작은 문제일수록 수정 횟수를 세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라면 반복해서 수정하는 일이 있다면 변경 횟수를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작업 공간을 더 편하게 만들려고 일주일 동안 물건 위치를 매일 바꾸고 있다면 어떤 배치가 좋은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배치를 며칠 사용해 본 뒤 불편한 부분을 기록하면 비교가 쉬워집니다.
글을 수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을 계속 고치다 보면 처음보다 좋아졌는지 단순히 달라졌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수정 목적을 먼저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문장을 짧게 만든다."
"중복 설명을 줄인다."
목적이 있으면 행동 자체가 아니라 결과를 기준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인 순간도 판단이 필요하다
행동 편향을 이해하는 목적은 소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명확하고 해결 방법이 있다면 바로 행동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물이 쏟아졌다면 닦아야 하고, 잘못 저장한 파일을 발견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반대로 아직 정보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기다림이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행동과 비행동 중 어느 쪽이 더 적극적으로 보이는지가 아닙니다.
현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는지입니다.
'뭐라도 하자'보다 '지금 필요한 행동인가'를 확인하기
문제가 생기면 움직이고 싶어지는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무언가를 클릭하고, 설정을 바꾸고, 계획을 수정하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의 양이 문제 해결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한 번의 정확한 행동이 여러 번의 수정보다 낫습니다.
때로는 충분한 정보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무언가를 바로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 이렇게 질문해 보겠습니다.
"나는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걸까, 아니면 기다리는 것이 불편해서 행동하는 걸까?"
답이 첫 번째라면 행동할 이유가 분명합니다.
두 번째라면 조금 더 관찰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기로 했다면 언제까지 기다리고 무엇을 확인할지도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행동 편향을 이해하는 핵심은 행동을 하지 않는 데 있지 않습니다. 행동했다는 사실에서 만족을 얻는 것과 실제로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바꾸는 능력만큼 바꾸지 않아야 할 때를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판단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항상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는 움직이고, 관찰이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것.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단순히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0 댓글